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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고고했던 백로, 이제 어디로 갈지
작성자대전환경연합조회수1날짜201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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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했던 백로, 이제 어디로 갈지
대전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백로

사람들은 왕왕 하천에 있는 흰 새를 학이라고 오해한다. 새를 좋아하는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대전에서 학을 봤다고 이야기한다. 천연기념물인 두루미(학)가 대전에 찾아오기는 힘들다. 그 때문에 대전 하천에서 관찰하게 되는 흰 새는 99%가 백로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인 백로는 소나무에 둥지를 틀며, 하천과 논 습지에서 물고기를 사냥한다. 대전의 3대 하천(갑천, 유등천, 대전천)에서도 백로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라는 속담에서도 보듯이 선조들은 백로를 좋아했다. 흰빛깔이 고와 까마귀보다는 백로를 선호하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 때문일까, 여주 신접리(천연기념물 209호) 등 백로 집단번식지가 종종 천연기념물이나 도와 시 등에서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년부터 백로는 대전시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사건의 출발은 카이스트다. 카이스트 내에 있는 작은 야산에 2000년대 초부터 번식하던 백로 떼(약 500쌍)는 2012년 쫓겨났다. 야산의 나무를 솎아베기하고 고사목이라며 벌목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번식하던 백로는 둥지를 틀 수 있는 나무가 사라지면서 2013년 바로 옆 궁동의 녹지대로 번식지를 옮겼다. 2013년 무사히 궁동에서 번식을 마친 백로 떼는 2014년 다시 둥지를 옮겨야 했다.

2013년 가을 유성구청은 민원으로 궁동의 녹지에 솎아베기와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했다. 궁동마저 둥지를 지을 곳이 사라지면서, 백로 떼가 새롭게 2014년 둥지를 튼 곳이 바로 남선공원이다.

대전시 탄방동에 위치한 남선공원은 유성구의 궁동과 마찬가지로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500쌍, 1000여 마리의 백로 떼가 주택가와 접하여 둥지를 틀면서 탄방동에도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백로 떼가 울어대는 소음으로 주민들은 잠을 청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깃털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똥으로 인해 차량에 피해가 발생하고 빨래도 널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번식지에서 대규모로 똥이 투하되면서 악취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서구청에서는 매주 2회씩 방역활동과 방향제 등을 뿌리고 소음측정 등을 진행하고 대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카이스트에서부터 돌려진 백로폭탄은 또 한 번 위기에 처해 있다. 서구청관계자는 아직 벌목이나 솎아베기나 가지치기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을 찾지 못한다면, 번식이 끝나는 9월 벌목이나 간벌 가지치기 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백로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야한다. 대전시 인근의 녹지공간에 새롭게 둥지를 틀더라도 주변에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다면 또다시 쫓겨나야 한다. 백로들이 대전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집단 번식하는 것은 먹이가 풍부하다는 반증으로 대전의 생태적 용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폭탄돌리기가 계속된다면 백로는 대전을 영영 떠날지도 모를 일이다.

카이스트에서 시작된 폭탄돌리기의 대상이 된 백로는 대전시에서는 갈 곳이 거의 없다.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녹지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지 못하고 섬처럼 남아있는 곳이 대전이다. 때문에 어떤 녹지를 찾아가더라도 주택가를 피하기 어렵다. 우성이산, 보문산 등의 주택가와 인접한 곳에 새롭게 둥지를 튼다면 매년 이런 전쟁을 겪어야 한다. 그나마 주택가가 적은 월평공원이나 대전 외곽 지역의 둘레 산에 둥지를 틀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대전시차원의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서식지의 현장조사와 더불어 주민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피해에 대해서 진행하는 소독과 탈취제 등을 횟수 늘리고, 방음벽의 형태 등의 차단조치를 통해 주민피해를 최소화 하고, 피해에 따른 주민보상까지 적극적이고 다양한 조치들이 선행 될 필요가 있다.

백로 떼가 대전시 어디로 이동하던 이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남선공원의 서식처의 벌목과 간벌 가지치기를 하더라도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백로의 생태습성을 연구해 1~2월 둥지 트는 시기에 대전시 모니터링을 진행하여 주택가 인근의 번식을 막고, 주택이 없는 지역으로 유도할 수 있는 조치나 방법을 찾아 봐야 한다. 백로는 기본적으로 집단번식을 선호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소수무리가 번식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서식처를 분산유도를 할 수 있는 방법 등도 강구해봐야 한다.

만약 현재처럼 벌목이나 간벌 같은 폭탄 돌리기 식의 미봉책으로 사건을 지속시키면 결국 백로는 대전을 영영 떠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생태계의 지표가 되는 백로들의 집단번식처를 무차별하게 파괴한 지자체로 낙인찍힐 것이다. 생태와 환경이 중요한 시기에 전국적인 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 천덕꾸러기가 된 백로가 대전을 영영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전문가와 주민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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