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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거면 삭발까지 해서 제대로 싸워라.”

“할 거면 삭발까지 해서 제대로 싸워라.”

밀양에서부터 서울까지 도보로 걸으면서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를 알리고자 나선 박정규(51) 이장님의 사모님 말이란다. 8일 전 집을 나설 때 ‘잘 다녀오라!’는 한마디를 했다는 박문일(47)씨의 사모님 이야기를 들으면 밀양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박씨는 밀양에 함께하는 주민 모두는 한결같은 마음이라며, 심각성을 재차 강조했다. 5일 오전 대전 시내를 지나는 ‘밀양 송전탑 반대’ 도보순례에 함께하며 들은 이야기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4일 대전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를 주관하고 5일 오전 도보순례에 함께 했다.

5일 아침 7시 숙소에서 나온 도보순례단은 해장국집에서 급하게 먹은 아침을 소화시키기도 전에 ‘밀양 송전탑 반대 파이팅’을 큰소리로 외치며 씩씩한 발걸음을 옮겼다.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사시던 분들의 걸음걸이는 도시에서 편하게 살아온 나로서는 쫒아가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11일 한전 본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25km~30km를 꼬박 걸어야 하기 때문에 걸음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다. 8일간 걸은 걸이가 벌써 200km 이상 된다.

밀양에서 함께 모여 이야기하던 중 박씨와 정태호(37)씨가 “종주라도 합시다!”라는 말을 했고, 박 이장이 “자신 있냐”는 물음으로 화답하며 계획되었다는 국토횡단을 시작한 지 벌써 8일이 지나 9일째가 되었다. 3명이 의기투합해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박 이장은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해 20일 단식을 마치고 제대로 복식도 못 한 채 출발했다고 한다. 군대 시절 행군 이후 아주 드물게 산행하는 것이 아니면 걸어본 적이 없다는 3명의 주민의 걸음걸이는 당당하기만 했다. 하지만 건강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걸음의 뒷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배어 나왔다.

정씨는 도심을 통과해서 걷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매연과 잦은 신호등은 시간을 재촉하며 걸어야 하는 것에 큰 장애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 안을 통과하면서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꼭 필요하기에 대도시를 꼭 지나도록 코스를 계획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발에 물집이 터지면서 병원을 들러 진통제와 소염제 치료를 받으며 걷고 있었다. 일정이 마무리가 되는 저녁이 되면 통증을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아침에 만난 정씨는 ‘태권브이’만큼이나 든든한 모습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8일 동안 전국을 걸은 박씨의 장갑은 찢어져 구멍이 나 있었다. 찢어진 장갑 때문에 시원하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함께 지켜주지 못하는 나로서는 너무나 찡한 느낌일 수밖에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장갑 하나 끼고 올걸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50분 걷고 10분 쉬는 도보행진을 지켜보는 대전시민의 시선도 다양했다. ‘건강하라!’고 응원해주는 시민도 있었고, 가끔은 손가락질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밀양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느낌이 더 컸다. 출근길 시민들은 가방에 새겨진 “죽음의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하라”는 글귀를 눈여겨 지켜보고 있었다.

한전과 대규모 경찰공권력이 투입되어 고립되고 있는 밀양의 이야기는 많은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매일 매일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싸우는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 이야기를 함께 나누지 않는 언론을 원망만 할 수는 없다. 도보순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전국의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박 이장의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경찰의 공권력에 병원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수천 명의 훈련된 경찰병력에 맞서기에 우리의 어머니과 할머니의 힘은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다.

박 이장은 언론에 밀양 상황이 나오지 않는 것을 한탄하며, 국토종단 걷기를 통해 많은 시민에게 알려내고 싶었다 한다. 화려한 가을 단풍이 수놓고 있는 대전의 계룡로를 힘차게 걸으면서 서대전에서 구암역까지 3시간 만에 돌파했다. 나는 세종시까지 함께 걷지 못하고, 구암역에서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 박 이장의 ‘할 수 있을게 있다면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는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박 이장의 소원대로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이 전 국민 모두의 일처럼 인식되어 밀양의 765kv의 송전탑 건설이 중단되기를 바래본다.

3명의 국토종단 걷기 주민은 세종시와 천안·평택·수원을 거친 뒤 오는 11일 서울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옥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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